고위직의 갑질인가, 긴박한 상황의 실수인가…영암서장 폭행 논란 집회현장서 기동대원 폭행 전남경찰청, 감찰 착수 나서 이민정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4년 07월 03일(수) 14:44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블라인드’ 갈무리]

전남 영암경찰서장이 집회 현장에서 기동대 소속 경찰관을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해당 경찰서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3일 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윤주현 영암경찰서장은 지난 2일 오전 10시 30분경 영암 대불산단의 집회 현장에서 전남경찰청 소속 기동대 A경장의 뒤통수를 한 차례 때렸다.

이 사건은 화물연대 목포지부 조합원 50여 명이 노조 탄압 중단과 공정 배차 등을 요구하며 영암 대불산단 한 업체 앞에서 개최한 집회 현장에서 발생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블라인드’ 갈무리]

사건 경위에 대해 복수의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윤 서장은 집회 장소를 이탈한 화물연대 목포지부 조합원들에 대해 현행범 체포를 지시했으나, A경장의 행동이 늦고 무전이 안 된다는 이유로 뒤통수를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집회 현장은 확성기가 틀어져 있고 다수 인파가 몰려 소음이 심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목격한 기동대원들은 윤 서장의 행위가 과도하다며 반발했다. 경찰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아무리 집회현장이 힘들어도 일반인, 시위자, 경찰이 많이 있었는데 체포지시를 하면서 직원을 때리는 게 맞느냐”는 규탄글이 게재됐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블라인드’ 갈무리]

윤 서장은 사건 당일 A경장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했으며, 3일 오전에는 기동대를 방문해 A경장과 전체 기동대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반성문을 전달했다.

윤 서장은 한 언론매체와의 통화에서 “전적으로 제 잘못을 인정하고 변명할 여지도 없다”며 “당시 집회를 연 노조에서 방송차량을 동원해 심한 기계음을 내서 무전이나 메가폰 등 지휘 통제수단이 무력화돼 급한 마음으로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다 그랬다”고 말했다.

또한 “폭행 당시에 당사자가 누군지도 몰랐었을 정도로 고의로 벌인 일이 아니었다”며 “기동대장 등 해당 대원 직속상관과 70명 대원 모두에게 반성문과 함께 상처를 줘 미안하다는 용서를 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윤 서장의 사과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 게시글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방문하여 사과를 강요하는 전형적 2차가해”라며 “전남 모 서장은 2차 가해를 멈추세요”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 폭행을 넘어 공무집행방해와 직장 내 갑질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해당 게시글은 “이는 단순 폭행이 아니라, 공무집행방해 범죄이며 본인의 직위를 이용해 자신보다 한참 낮은 계급의 하위직원에게 갑질을 한 직장 내 갑질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전남경찰청은 윤 총경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향후 감찰 결과에 따라 윤 서장에 대한 징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주현 서장은 올해 2월 7일 제79대 영암경찰서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취임사에서 그는 “서민생활을 위협하는 범죄와 집단 불법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법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 조직 내 인권 교육 강화 및 의사소통 개선 방안, 그리고 집회 현장에서의 경찰 대응 매뉴얼 재정비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