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면 묵동리 주민들 “20년 채석, 죽음의 선고” 반대 목소리 높여 20년 장기 채석단지 조성 계획에 주민들 ‘경악’ 분진‧소음‧발파진동 피해 불가피 “일상이 고통” 하루 200대 덤프트럭 운행, 마을주민 안전 위협 주민동의서 둘러싼 의혹, 위조·금품제공 주장까지 주민들 “공동체 지키기 위해 끝까지 반대할 것”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4년 03월 30일(토) 14:14

영암군 학산면 묵동리에 조성 예정인 대규모 채석단지를 두고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3월 27일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묵동리 주민들은 20년간 지속될 채석단지 가동이 마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이라며 절규에 가까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범아산업이 추진하는 이번 채석단지 조성사업은 묵동리 일대 34만㎡ 부지에 채석장과 부대시설을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약 1584만㎥의 암석을 채굴할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채석이 가져올 파괴적 환경 훼손과 그로 인한 일상의 피폐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채석단지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 발파진동이 고스란히 마을 주민들의 삶을 옥죌 것이라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실제 채석단지 인근에 위치한 축사에서는 가축들의 유산과 성장 저하 등의 직접적 피해가 예상된다. 근처 농경지 또한 채석에 따른 비산먼지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묵동리 주민들의 건강과 생계를 동시에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매월리 이장은 “환경영향평가 보고에 농산물 피해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가을철 농사한 배추에 분진이 들어가버리면 먹을 수가 없을뿐더러 인근에 친환경 벼농사 단지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얘기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여기에 채석단지 개발에 따른 대형 덤프트럭의 마을 진출입은 또 다른 고통의 원인이 될 전망이다. 좁은 면 도로에서 회차하는 덤프트럭 200여대로 인해 교통 혼잡이 가중되고, 사고 위험도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 문제는 목동마을 주민들이 제기해 업체 측에서 뒤늦게 확인한 부분이었다.

목동리 이장 송영길 씨는 “국도변에 자리한 마을 입구에서 200대가 넘는 덤프트럭들이 오가며 황진 날리고 소음 일으키고 사고 위험까지 생각하면 너무 끔직하다”면서 “우리의 안정, 가정의 안정은 누가 지켜주냐”고 격정을 토로했다.


무엇보다 이번 채석단지 개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민 동의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불거진 점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사업 초기 일부 주민들의 동의서에는 위조 서명 의혹과 함께 찬성 주민들에 대한 금품제공 주장도 제기됐다.

목동리 이장 송영길 씨는 “주민동의서에 서명한 사람 중 자신은 절대 동의한 적이 없다는 확인서까지 받았다”며 서명 위조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어 송 씨는 “동의서도 결국 마을 발전기금을 미끼로 받아냈으며, 대다수 주민들은 채석단지 건설에 절대 동의한 바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묵동리 주민 대다수는 ‘채석단지 조성=마을 공동체 붕괴’라는 인식 아래 단합된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는 모습이었다.

목동리 이장 송 씨는 “채석단지 만들면 우리 마을이 어떻게 되겠나, 우리는 죽기 살기로 반대한다. 우리가 살 방법은 오로지 반대밖에 없다. 죽어도 포기 못 한다. 이곳을 떠나 우리가 어디 가서 살겠는가. 누가 우리를 먹여 살리겠냐”며 절규에 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