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어쩌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됐나 좁고 얕은 이야기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2년 03월 04일(금) 15:13

▲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제2도시 하르키프 소재 행정부 본사가 러시아 군대의 포격을 받아 무너져있다.

지난달 20일 올림픽이 끝난 지 불과 나흘 만인 24일 러시아는 미사일 공격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저 위협에 그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란 듯이 깨고 전격적인 침공을 감행한 셈이다. 미사일 공격 이후엔 우크라이나의 동부, 남부, 북부에서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특히 속도전을 앞세워 위험지역인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한 뒤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예프를 향해 무차별 포격과 함께 전투헬기들을 동원해 외곽의 공항 등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속도전을 앞세운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민간지역에까지 수많은 인명피해가 초래됐다. 특히 인구 290만명의 키예프에서 양측의 교전이 격화되고 있어 앞으로 무고한 인명 피해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 일단 미국을 비롯한 NATO는 우크라이나 영토내 직접 파병엔 선을 그었다.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현재 16살부터 60세 남성들을 대상으로 총동원령을 내려 싸움에 나서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자원병 모집에 남녀노소 수천명이 몰리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위시한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는 강력해 보인다. 이 때문에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련의 사태가 앞으로 어떤 국면으로 진행될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오리무중의 예측불허 상태이다.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확전사태로 치달을지 내전양상의 국지전 정도에 머물다 협상으로 끝마칠지 모르지만 전쟁의 승패를 떠나 전쟁으로 인해 이미 모두가 치명적인 손실을 입게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번 사태를 목도하면서 과연 러시아는 왜 그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전문가들의 의견이 실린 기사나 글들을 찾아보면 이런 저런 예측들이 있기는 하지만 명확한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푸틴만이 그 이유를 정확히 알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여태껏 관계를 중심으로 함께 살펴봄이 여러 이유들을 헤아리는데 도움이 될 듯싶어 이를 최대한 쉽게 정리해 본다.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비극

지도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듯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바로 붙어 있으며 이 둘은 과거부터 한 뿌리였다. 아주 먼 옛날 키예프 루스라는 한 국가에서 갈라져 나왔으며 같은 동슬라브족이기 때문에 인종적으로도 매우 가깝다.

이후 16세기쯤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지배를 받다가 러시아에게 영토 일부를 빼앗기게 되는데 그 일부가 지금의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를 끼면서 동서를 가르는 드네프르강의 동부지역으로 이때부터 동서가 갈리게 되는 시작이 된다. 그러다 또 18세기엔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러시아에 의해 분할 지배를 받게 되는데 이 시절에도 지금의 우크라이나가 위치한 영토는 러시아가 동쪽 지역을, 오스트리아가 서쪽 지역을 지배하게 된다. 이러한 연원으로 지금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나 돈바스 지역은 러시아 언어권이 훨씬 더 우세한 것이다.

▲ 우크라이나의 지역적 구분. 주황색(서부 우크라이나), 노란색(중부 우크라이나), 하늘색(남부 우크라이나), 파란색(동부 우크라이나). 지도의 가운데 표시된 것이 드네프르 강이다. 참고로 선거에서 반러시아가 몰표받는 지역은 오렌지, 친러시아가 몰표받는 지역은 푸른색, 경합지역은 노란색이고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 거주비율과 거의 일치한다.

한편, 1922년 소비에트 연방이 수립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소련 안에 편입이 된다. 이때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공화국 또한 소련 안에 편입이 되는데,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소련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스탈린 정치에 반대) 소련 중앙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철저히 억압하기 시작했다. 즉 우크라이나를 대등한 관계가 아닌, 지배하에 두려고 했다.

심지어 소련의 스탈린이 우크라이나 지역의 수확물을 무리하게 가져가는 바람에 우크라이나인들은 엄청난 대기근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최소 약 390만명(많게는 1000만명 이상 추산)의 사람들이 굶어 죽게 된다. 이러한 소련의 차별적인 정책들로 우크라이나인들 사이에서는 소련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뭐가 있냐며, 민족주의적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러는 와중에 1991년, 영원할 것만 같았던 소련이 해체되면서 우크라이나는 완전히 독립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의 러시아가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독립을 이룩했어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쉽게 끊을 수 없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완전히 붙어 있는 만큼 이곳에는 러시아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낀 우크라이나는 서부는 친서방, 동부는 친러시아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고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이 두 힘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게 된다. 최근까지도 친러 성향이 많이 몰려 있는 돈바스 지역에서는 친러 성향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의 전쟁이 계속돼 왔다.

또 한편으로는 소련 붕괴 이후, 사회주의 나라들과 옛 소련 소속국들이 유럽연합과 NATO에 가입하면서 대부분이 서방에 넘어가기 시작했다. 참고로 NATO는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세계의 주축이 되는 세력으로 과거 소련의 공산주의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다. NATO는 최근까지도 소련이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경 쪽으로 새로운 국가들을 계속해서 가입시켜 왔었다. 그리고 이제 코앞에 있는 우크라이나만 남게 되는데,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이 곳 만큼은 서방과의 완충지대로서 자국의 세력권에 두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우크라이나가 NATO에 편입되면 러시아 바로 앞에 서방 군사 시설 및 병력 배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푸틴은 NATO와 국경을 맞대게 되는 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땅은 척박한 러시아에 비해 지구상에서 가장 비옥한 흑토지대(전세계 흑토의 약 28%가 우크라이나에 분포)를 가지고 있어 엄청난 양의 밀을 생산할 수 있는 축복의 땅이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대기근이 축복의 땅과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당시엔 스탈린의 가혹한 수탈정책(농업 집단화)으로 인해 먹을 것이 없어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곡물 종자까지 다 먹어치우는 바람에 대기근이 발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외부에서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식품 수송 루트를 소련 정부가 모두 차단하면서 일부러 굶겨 죽이는 대학살을 자행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 우크라이나 대기근 ‘홀로도모르’ 당시 사진

또 우크라이나는 바로 위쪽의 벨라루스와 함께 유럽 진출의 관문 역할을 해주는 땅이다. 즉 지정학적, 정치적, 군사적으로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땅을 푸틴 입장에서는 서방국에 절대 뺏기고 싶지 않은 셈이다.

푸틴의 대러시아 패권주의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주변 국가들에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을 두고 대러시아주의로 불리는 명백한 팽창주의로 해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독립국이라는 사실을 줄곧 부인해왔다. 그렇게 푸틴은 기회가 날 때마다 우크라이나의 땅을 되찾기 위해 갖은 수를 써왔는데 그 첫 번째 사건이 바로 크림반도 합병이었다. 우크라이나 밑에 있는 크림반도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항구가 있어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며, 흑해를 통해 해양진출을 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길목이다. 이곳은 원래 러시아의 영토였다가 소련 시절에 우크라이나 영역으로 귀속됐다. 하지만 막상 소련이 붕괴되면서 크림반도가 고스란히 우크라이나 땅이 되자, 러시아는 이 중요한 땅을 계속해서 되찾고 싶어 했다. 때문에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호시탐탐 노리기 시작하는데, 그때 기막힌 아이디어를 실행하게 된다. 크림반도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인보다 러시아인이 더 많이 살고 있었고(러시아인 58%, 우크라이나인 24%), 친러세력이 더 강했기 때문에 러시아는 이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렇게 크림반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러시아와의 합병을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해 96.6%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크림반도는 러시아로 합병된다. 현재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의 영토로 보고 있다.

두 번째는 앞서 언급했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독립 지원이다. 우크라이나 내에서도 러시아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이 돈바스 지역도 우크라이나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고 러시아도 이들을 뒤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푸틴이 돈바스 지역에 속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면서 러시아와의 우호·협력·원조에 관한 조약에도 서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이렇게 러시아가 자국의 영토를 노골적으로 노리고 있으니, NATO에 가입해서 국제사회의 보호를 받고자 한 것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한다면 확실히 미국과 우호국들의 보호를 받고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실제로 NATO에 가입한다면 서방세계가 자신들 앞마당을 먹어버리는 꼴이기 때문에 러시아는 이렇게 민감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원인에는 이외에도 미국의 무책임한 행보나 푸틴의 정치적 위기의 국면전환 등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혼재돼 있다. 다만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현재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의 전쟁 참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해만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국제 평화와 안정을 뒤흔드는 행위이다. 자국의 안보 우려만 내세우며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무시하고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키는 무모한 전쟁을 벌인 푸틴의 만행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본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이번 전쟁의 참상을 목도함으로써, “전쟁의 승패를 떠나 애초에 국민들을 전쟁의 위협 속으로 내몰지 않으며 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 유능한 정치 지도자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느끼며, 외교·안보를 굳건하게 책임질 정치 지도자를 정말 잘 뽑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참여연대, 사회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손 피켓을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