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영부인 좁고 얕은 이야기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1년 12월 17일(금) 15:42

요즘 뜨겁다. 장차 치러질 대선의 결과에 따라 정해질 영부인에 대한 자격 논란으로 소위 ‘쥴리 혹은 쥬얼리’ 공방이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과거 ‘쥴리’라는 예명을 쓰고 유흥업소를 출입했다는 한 매체의 보도에 대해 윤 후보 측은 “김건희 씨는 단연코 유흥주점에서 근무한 사실이 없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해당 매체는 “수차례 김건희씨의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에서의 의혹을 보도했으나 단 한 번도 김건희 씨가 ‘유흥주점에서 근무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없음을 밝힌다”고 반박했다.

앞서 해당 매체가 보도한 내용은 김건희 씨의 유흥주점 출입 의혹에 대한 ‘실명 증언’이라며,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협회 회장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인터뷰에는 안해욱 전 회장이 지난 1997년 5월 라마다르네상스호텔 나이트를 방문한 당시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의 초대를 받아 6층 연회장에서 접대를 받다가, ‘쥴리’라는 예명을 쓰던 김 씨를 만났다는 증언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씨는 지난 6월 다른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가 막힌다. 이건 누가 소설을 쓴 거다. 쥴리를 해야 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나중에 쥴리를 한번 취재해보시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일단 쥬얼리 공방에 대한 가타부타는 별개로 하고 이참에 과거 대한민국 영부인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도 궁금했다. 역대 대한민국 영부인에 대해.

들어가기 앞서

사실 영부인(令夫人)이란 다른 사람, 특히 지체 높은 사람의 부인을 3인칭으로 높여 부르는 말이다. 즉, 일상에서 다른 사람의 부인을 품위있게 높여 일컫는 말로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말이다. 이와 함께 ‘대통령 부인’이라는 뜻으로 알고 쓰는 사람이 많지만 정작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한 어느 국어사전에도 그런 뜻은 없다. 한자 표기도 領夫人이 아니라 令夫人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을 거치면서 이 영부인이라는 말을 민간에서 아예 안 쓰다시피 하다 보니 그 의미가 ‘대통령 부인’으로 굳어지게 된 케이스다.

참고로 여성 대통령의 경우 남성 배우자에 대한 호칭이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사실 대한민국의 여성 대통령은 박근혜가 유일하나, 남편이 없기(?)에 별도의 공식적인 호칭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기혼 여성 대통령이 실제로 탄생했을 때 별도의 신조어를 만들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대통령 부군’이라는 호칭 정도가 정확해 보인다. 영어로는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에 상응해 퍼스트 젠틀맨(First Gentleman)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1. 프란체스카 도너 (남편 이승만)
1900년 6월 15일 ~ 1992년 3월 19일 (향년 91세)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25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했다. 이승만의 입장에서는 후처이며, 도너 역시 이혼녀였다가 역시 이혼남이었던 이승만을 만나 재혼했다. 미국에서 살다가, 광복 후 대한민국으로 왔고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돼 첫 번째 대통령 부인이 됐다. 초대 영부인이자 현재 기준으로 유일한 외국인 영부인이다. 한국어 이름은 이금순 또는 이부란이다.

참고로 이승만 대통령 시절을 경험한 어르신들은 흔히 ‘호주댁’이라고 불렀다. 당시 영부인의 별명이기도 했는데 사실 이는 영부인의 고국인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호주)를 혼동해서 나온 별명이다.

슬하에는 아들 이봉수(전처 소생), 이강석(양자), 이인수(양자)가 있으며, 도너 본인은 자녀를 낳지 못했다.



2. 공덕귀 (남편 윤보선)
1911년 4월 21일 ~ 1997년 11월 24일 (향년 86세)

경남 통영군 출신으로 윤보선 전 대통령과는 15살 차이이며, 윤보선에게는 재혼이다. 당시로서는 대단히 늦은 나이인 39살에 결혼했다. 공덕귀는 5.16 군사정변으로 1년 6개월만에 영부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영부인에서 물러난 뒤로도 반독재·반 박정희 군사정권 운동을 펼쳤고, 구속자 석방 운동, 기생관광 반대 운동, 원폭 피해자 돕기 운동 등을 전개하며 사회운동가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랑을 베풀며 인권운동에도 기여한 바가 크며 한국 사회의 춥고 어두운 곳을 돌보는 데 앞장섰다는 평이다.

슬하에는 딸 윤완구(전처 소생), 윤완희(전처 소생)와 아들 윤상구, 윤동구가 있다.



3. 육영수 (남편 박정희)
1925년 11월 29일 ~ 1974년 8월 15일 (향년 48세)

충북 옥천 출신으로 170cm에 육박하는, 당시로서는 거인이고 현재로서도 매우 장신으로 역대 영부인들 중 가장 키가 크다. 또한 남편 박정희(164cm)보다 6cm 더 컸다. 박정희의 2번째 부인이다. 박정희의 첫 번째 부인은 김호남이며, 이현란이라는 여성이 2번째 부인이 될 뻔했으나 파경을 맞았다. 육영수는 6.25 전쟁 당시 일가족이 대구로 피난을 내려왔다가, 박정희 소령을 소개받아 결혼했다. 이후 박정희가 집권하며 영부인이 됐다.

역대 영부인 가운데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여담으로 박정희 본인이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다 “여기 야당 총재께서 계시니 다들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농담을 할 만큼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비롯된 별명이 ‘청와대 안의 야당’. 체계가 하나도 잡혀 있지 않던 청와대 내의 의전 체계를 처음으로 정립하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외국 국빈 방문시에도 그때마다 임기응변으로 의전하는 식이었다. 다만 박정희 저격 미수 사건때 살해당했다. 대한민국 역대 영부인 중 가장 단명한 영부인이다.

슬하에는 딸 박근혜, 박근령, 아들 박지만이 있다.



3-1. 박근혜 (부친 박정희) 영부인대행

모친 육영수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문세광에게 권총 저격을 받아 살해당한 1974년부터 이후 박정희가 1979년 10.26 사건으로 암살당하기 전까지 5년간(1974년 8월 15일 ~ 1979년 10월 26일) 장녀 박근혜가 외국 정상 접견 등 통상 영부인이 담당하는 역할을 대행했다. 만 22세로 비공식 최연소 영부인이다.



4. 홍기 (남편 최규하)
1916년 3월 3일 ~ 2004년 7월 20일 (향년 88세)

충북 충주 출신으로 만 8개월 10일간 재임해 역대 영부인 중 재임 기간이 가장 짧았다. 부군인 대통령이 최단기간 재임이니 당연하다. 대외활동에서 가장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영부인이었다는 평을 들었다. 슬하에 아들 최윤홍, 최종석과 딸 최종혜를 뒀다.



5. 이순자 (남편 전두환)
1939년 3월 24일 ~ (82세)

만주 출신으로 경기여자중학교와 경기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재학 중 전두환과 결혼하려고 중퇴,(참고로 당시 이대에는 재학생 금혼 학칙이 있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2003년에서야 폐지) 1958년에 결혼했다. 영부인 재임 시절엔 땅 투기, 불법 자금 스캔들, 친인척 비리 등 끊이지 않은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순자는 하나회 구성원들의 부인 모임에서 군기반장이자 왕이었다. 분명 자신의 남편인 전두환과 노태우는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이순자는 노태우의 부인인 김옥숙에게 심할 정도로 하대하고 가혹행위를 했다고 한다. 김옥숙이 이게 얼마나 사무쳤는지 남편인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자 이순자에게 “순자 너는 체육관에서 조작으로 당선된 대통령의 영부인이지만, 나는 국민이 직접 뽑아서 당선된 진짜 대통령의 영부인이다”라고 일갈했을 정도였다.

또 이순자는 못생긴 것으로 매우 유명했다. 이 때문에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자 이순자의 못생김을 설명하는 단어인 ‘주걱턱’이 전두환의 외모를 설명하는 단어인 ‘대머리’와 함께 금지어로 지정됐으며 희극 배우 김명덕이 단지 주걱턱이라서 이순자를 놀린다는 이유만으로 출연이 금지됐다.

2019년 1월 1일에는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라는 희대의 망언을 내뱉기도 했다.

슬하에는 아들 전재국, 전재용, 전재만과 딸 전효선이 있다.



6. 김옥숙 (남편 노태우)
1935년 9월 8일 ~ (86세)

경북 청송 출신으로 대통령 재임 시절 우유부단한 모습 때문에 ‘물태우’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남편과는 달리 김옥숙은 매우 적극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외부 활동은 본인이 알아서 마다했는데 그 이유는 전임자인 이순자가 영부인으로 있는 동안 워낙에 사고를 많이 쳤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슬하에는 딸 노소영과 아들 노재헌이 있다.



7. 손명순 (남편 김영삼)
1929년 1월 16일 ~ (92세)

경남 김해 출신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재학 중이던 1951년 2살 연상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이대 금혼 학칙으로 학교를 그만둬야 했지만, 이순자와 달리 결혼 사실을 학교에 끝까지 숨겼다고 한다.

대통령 배우자 시절 청와대 수행원들과 운전기사, 여직원들을 위한 식당과 휴게실을 만들었다.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며 조용한 내조를 했다는 평이다.

슬하에는 딸 김혜영, 김혜정, 김혜숙과 아들 김은철, 김현철이 있다.



8. 이희호 (남편 김대중)
1922년 11월 9일 ~ 2019년 6월 10일 (향년 96세)

서울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2번째 부인이다. 첫 번째 부인이었던 차용애는 1959년 사망했다. 김대중보다 2살 연상으로,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했다. 왕성한 사회 활동을 통해 형성된 이희호의 재야·여성계·학계·기독교계 인맥은 고졸 출신 김대중의 정치 활동에 큰 힘이 됐다.

1997년 12월에 김대중이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대한민국 최초로 행정부에 여성부가 설치되는 데 역할을 했으며, 2002년 5월 유엔 의장국 대한민국의 대표로서 유엔 총회에 김대중을 대신해 참석했는데, 이 총회에서 의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하고 기조연설을 한 최초의 여성이었다.

영부인 자리에서 물러난 뒤로도, 김정일 사망시 방북해 조의를 표하는 등 민주당 계열 내에서는 강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 역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부인이자 한국의 미셸 오바마라며 대통령의 아내가 아닌 동반자로 진화한 영부인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슬하에는 아들 김홍일(전처 소생), 김홍업(전처 소생), 김홍걸이 있다.



9. 권양숙 (남편 노무현)
1948년 2월 2일 ~ (73세)

경상남도 마산(현 창원시 마산합포구) 출신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국민학교 동기동창이며, 손명순 여사의 국민학교 후배가 된다. 노무현이 사법고시에 합격하기 전에 결혼해, 뒷바라지했다. 이후 대통령에 당선돼 영부인이 됐다. 슬하에 아들 노건호와 딸 노정연이 있다.

여담으로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호감도 조사에서 최상위권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지만, 비슷한 그룹의 박정희의 박근혜, 김대중의 이희호와 비교하자면 노무현의 서거 이후 상대적으로 언론에 드러나지 않는 모습이다. 봉하마을에 계속 거주하다 2018년 5월 1일부로 사저가 개방돼 현재는 진영읍 내의 다른 자택에서 머물고 있다고 한다.



10. 김윤옥 (남편 이명박)
1947년 3월 26일 ~ (74세)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태어나 3살 때 대구로 이사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보건교육학과를 졸업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1970년 결혼했다. 이명박은 1977년 현대건설 사장을 역임하고 1988년 현대건설 회장이 됐는데 이때 이명박의 뒷바라지를 했다.

이명박 재임시절 한식 세계화 정책 추진을 위해 한식세계화추진단의 명예회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10월 개인 요리책을 세금 1억원을 들여 제작하는가 하면 같은해 12월 8일 한나라당의 단독 예산안 처리는 김윤옥의 한식세계화사업 지원을 위해 결식 아동 돕기와 유아 예방 접종 예산을 대신했다.

슬하에는 딸 이주연, 이승연, 이수연과 아들 이시형이 있다.


11. 공석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은 미혼이었기에 18대 대통령의 배우자 자리는 공석이었다. 이 때문에 외국 정상 방문시 의전으로서의 퍼스트 레이디 대행을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해 잠시 논의가 있기는 했으나 결국은 퍼스트 레이디 대행을 따로 두지 않기로 했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외국 정상이 방문하더라도 정상과 배우자의 짝을 꼭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고, 배우자의 일정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따로 조정할 수 있으니 꼭 퍼스트 레이디를 대행할 인물을 내세워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2014년 7월 3일 중국의 시진핑 주석 방한 때는 조윤선 정무수석비서관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영부인을 전담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이 최순실을 수행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사실상 영부인??)

박근혜 탄핵 이후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교안 국무총리의 부인 최지영 여사가 영부인 대행을 수행할 수 있었지만, 최지영 여사는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

만약 박근혜가 결혼했다면 헌정 사상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이 나왔을 것이다.



12. 김정숙 (남편 문재인)
1954년 11월 15일 ~ (67세)

서울 출생으로 경희대학교 성악과 재학 중, 당시 법학과에 재학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캠퍼스 커플이 됐다. 7년 연애 끝에 1981년 결혼했다. 결혼할 당시의 프러포즈가 조금 재미있다. 문재인이 친구들과 같이 있는데, 김정숙이 먼저 찾아와 “재인이 너 나랑 결혼할 거야 말 거야? 빨리 말해!”라고 물어보는 바람에 얼떨결에 “알았어.”라고 대답하면서 받아들였다고 한다. 문재인이 본인을 소개한 ‘59문 59답’에서 직접 밝혔다.

평소에 진지하고 무뚝뚝한 편인 문재인과는 달리 반대로 활발하고 명랑한 성격이라, 일부 지지자들은 ‘유쾌한 정숙씨’라는 애칭을 부른다. 과거 서울시립합창단 단원으로도 활동한 적이 있다. 문재인의 당선 취임 직후엔 언론에 ‘영부인’ 대신 ‘여사’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슬하에는 아들 문준용과 딸 문다혜가 있다.

맺으며

영부인 즉 대통령 배우자의 활동기간은 대통령의 임기와 같고 법에 명시된 권한이나 요구되는 임무는 없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해외순방시 동행, 국내외 귀빈 방문시 접견 역할을 하며, 때에 따라서는 복지, 교육, 문화 등의 분야에서 대외 활동을 하기에 사실적으로 물밑에서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이는 그만큼 영부인이라는 자리 역시 국격과 관련된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점의 방증일 것이다.

필자는 늘 간곡히 바란다. 최악은 피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