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사죄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전한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1년 11월 27일(토) 08:04

“한국에서 가장 욕먹는 군사 독재자”,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1980년대 내내 국가를 철권 통치했다”
- 뉴욕타임스(NYT)

“1979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불러왔으며, 1980년 광주에서 민주화 시위대에 대한 군부의 학살을 지휘했다”
- 로이터

“1979년 쿠데타로 정권을 탈환한 뒤 민주화 운동가들을 잔혹하게 탄압하고 재임 기간 비위 행위로 감옥에 갔다”
- AP통신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하다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쫓겨났다”
- AF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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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씨가 향년 90세 나이로 사망했다.

국내 거대 언론들과는 달리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외신들의 그에 대한 평가는 놀라울 만큼 정확해 보인다. 전 씨에 대한 평가는 가장 비난받는 대통령, 사과와 참회가 없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3저 호황’으로 인한 물가 안정, ‘88서울올림픽’ 등 일부 긍정적 평가가 있기는 하나, 철권 통치, 민주주의 역행, 인권 유린 등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더욱더 지배적이다.

이참에 전두환 씨의 임기 당시 5공의 악행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악랄한 철권통치

전두환의 5공 정부는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정통성과 정당성이 가장 취약한 ‘독재정권’이었다. 12·12 군사 반란 상황에서 반대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유혈 진압을 자행했다.

게다가 정권을 잡은 후에는 반항하는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반인륜적인 학살을 자행해 ‘5·18 민주화 운동’의 상처는 여전히 광주 시민들에게 각인돼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조작된 간첩사건’에 연루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거나 죽임을 당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 ‘수지김 간첩 조작 사건’ 등이 있다. 그밖에도 재일동포 관련, 납북어부, 차풍길, 강희철, 김복재, 김양기, 최양준 사건 등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또한 당시 많은 대학생들이 간첩으로 몰려 경찰에 연행됐고, 몽둥이질, 통닭구이 등 무자비한 고문을 버텨야 했다. 1981년 ‘금강회 사건’의 검찰 공소장을 보면 이들은 기껏 역사책 ‘역사란 무엇인가’를 탐독했다는 혐의를 받았을 뿐이었다.

국민탄압

‘5·18 민주화 운동’은 전두환 정권 하에서 일어난 가장 비극적인 참극이다. 이뿐만 아니라 부산에서는 5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사망한 사실이 철저히 감춰졌다. 바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또한 당시 운영됐던 삼청교육대는 전두환 정권에 반대하거나 김영삼·김대중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끌려가던 곳이었는데, 특히 보안사령관으로 재직하면서 하나회 축출을 시도하고 전두환 정권을 반대했던 강창성은 2년 동안 4번이나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

서울대 학생이었던 박종철은 정권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잡혀가 물고문을 당하다 사망했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황당한 거짓으로 유명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노동·종교·언론 탄압

전두환 씨는 불교계 정화를 명분으로 대한불교 조계종의 승려 및 불교 관련자들을 연행해 수사했다. 대규모 불교 탄압으로 불교계에서는 ‘10·27 법난’으로 기억되고 있다.

노동운동과 관련해서는 제3자가 노동조합을 설립해 노동운동을 지원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국내 최대의 민영 탄광이었던 사북탄광에서 저임금으로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노동항쟁을 벌인 ‘사북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방송 공영화와 언론사 조직 개선을 명분으로 방송과 신문 겸영을 금지했다. 이 조치로 많은 신문사들과 방송사가 사라졌다. 또 보도지침을 만들어 정부가 만든 지침에 맞는 기사를 쓰도록 제한했다.

우민화 정책과 부정부패

권력 체계를 굳건히 하기 위해 법조계 시험 제도를 개편하는 한편 대학생들의 민주화 요구를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우민화 정책을 폈다. 이른바 ‘3S(스크린, 스포츠, 섹스) 정책’. 이러한 우민화 정책 하에서 전두환의 형제와 친인척들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가 계속해서 발생했는데 여기에는 ‘장영자·이철희 금융사기 사건’, ‘명성그룹 사건’, ‘정래혁 사건’, ‘영동개발진흥 사건’, ‘동생 전경환의 새마을본부 비리’ 등이 있다.

더불어 기업에서 자금 출연을 강요해 수천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에 따르지 않는 기업은 강탈하거나 해체했는데 국제그룹, 동명목재, 대한선주, 삼호그룹, 명성그룹 등이 그 피해자였다.

마지막으로 세상 떠난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들먹이는 이들에게 따지고 싶다. 그에 대한 예우, 그따위 것보다 그 이전에 그가 짓밟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와 민중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먼저 갖추었으면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