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이 내년부터 개정되는 가운데, 우리 영암군이 보여주는 대응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군은 생활인구 기준 도입을 이유로 축제 확대라는 단편적 처방에만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제도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며, 더 나아가 지역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판단이다.

우선 생활인구 기준이 교부세 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다. ‘지역관리’ 보정수요의 한 항목으로, 기존 유동인구 수요와 택일하는 방식이다. 더구나 생활인구는 월 1회 이상,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일회성 축제 방문객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실제로 올해 영암군은 4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축제에 쏟아부었지만, 상반기 생활인구는 오히려 감소했다. 하반기 국화축제는 방문객이 전년 대비 34% 줄었고, 새로 시작한 월출산국립공원박람회도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년 축제 확대를 고수하는 것은 행정의 오판이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내년도 지방교부세가 4.2조 원 감소할 전망인 상황에서, 효과도 불분명한 축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재정위기를 자초하는 일이다. 재정자립도 12%의 영암군으로서는 더욱 신중한 재정 운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교부세 제도 개편의 핵심은 사회복지와 저출생 대응 강화, 공공보건의료 확충에 있다. 군은 축제라는 겉핥기식 처방에서 벗어나 대불산단 활성화, 정주여건 개선 등 지역의 근본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생활인구를 늘리고,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길이다. 89개 인구감소지역이 모두 같은 길을 향해 달린다면, 결국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